제목[2024.01.21]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망하며 ...함진아2024-01-2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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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망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하여 하는고

너는 하나님을 바라라 그 얼굴의 도우심을 인하여 내가 오히려 찬송하리로다”

 

함 진 아




▶ 4년 전, 저의 첫째 아이가 독감을 앓았습니다. 그런데 독감을 앓고 난 후 2주쯤 지나서 아이를 씻기는데 목 한쪽이 볼록 튀어나와 있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동네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먹였지만 며칠 사이 혹이 더 커지고 또 그 옆에 작은 혹까지 새로 생겼습니다. 병원에서는 큰 대학병원에 가보라며 소견서를 써주었습니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서도 원인을 모르겠다며 조직검사를 해보자고 하였습니다.



당시 6살이던 어린 아이에게 전신 수면마취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이 혹이 검사결과 혹시라도 양성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매일 울면서 날을 지새웠습니다. 수면마취를 위해서는 수술 일주일 전부터 감기에 걸리면 안 된다고 하였는데, 면역력이 약한 첫째가 자꾸 감기에 걸려 수술 일정이 3번이나 뒤로 미뤄졌습니다.



처음에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크게 낙심했습니다. “하나님,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겪게 하시나요?” 내가 무엇을 얼마나 잘못하며 살아왔나 하는 자책감과 함께, 자꾸만 하나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마음 속이 문드러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당시 저는 심적으로 지치고 힘들어서 하루 온종일 피곤하고 기운이 없는 무기력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온다고 하듯, 이번에는 둘째 아이 병치레를 하게 되었습니다. 첫째의 목에 생긴 혹 때문에 마음앓이를 하고 있는 중에 둘째의 사타구니에서 또 혹처럼 불뚝 튀어나온 게 보였습니다. 저는 너무 놀라서 곧장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습니다. 그랬더니 병원에서 탈장이라며 빨리 큰 병원에 가서 수술 날짜를 잡으라고 하였습니다. 첫째 아이의 목에 난 혹의 수술이 미루어진 상황에서, 세 돌이 채 되지 않은 둘째 아이를 전신마취 시키고 그 자그만 몸에 칼을 대야 한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친정어머니가 ‘이런 때일수록 엄마인 네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면서 전심전력하여 하나님께 기도하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북돋워주는 성경구절, 신유의 은혜와 하나님의 기도응답에 관한 성경말씀을 눈에 잘 보이는 곳마다 붙여 놓고 수시로 하나님께 기도하였습니다. 그때 제가 꼭 붙들고 기도한 말씀이 시편 42편 5절 말씀입니다.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망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하여 하는고 너는 하나님을 바라라 그 얼굴의 도우심을 인하여 내가 오히려 찬송하리로다.” 아멘!



첫째의 수술이 8월로 미뤄진 상황에서 7월에 둘째 아이가 먼저 탈장 수술을 받았습니다. 다행히도 둘째는 감기도 잘 걸리지 않는 체질이라서 예약한 날짜 그대로 수술이 진행되었습니다. 셋째 아이까지 있어서 돌보느라 두 아이가 차례로 병원에 갈 때에 함께 가지 못할 때도 있어서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둘째가 수술을 받으러 병원에 가는 날 “동생아, 병원 가지마!”라고 말하는 언니에게 “안 돼! 나 수술하러 가야 돼”라고 씩씩하게 대답하고는 앞장서서 집을 나서는 둘째의 모습을 보니 한없이 안쓰럽고 미안했습니다. 둘째의 수술이 무사히 끝나고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그리고는 첫째의 수술날짜가 다가와 다시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 거짓말처럼 첫째의 목에 나 있던 혹이 다 사라졌습니다. 하나님께서 놀라운 기적으로 딸을 치료해 주셨습니다. 할렐루야!



몇 달 동안 아이들의 질환과 수술로 인해 가슴앓이 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간구하는 중에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하루하루 보통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며 행복한 것인지를 절감했습니다. ‘인생은, 사랑은 시든 게 아니라 다만 우린 놀라움을 잊었네.’ 제가 좋아하는 어떤 시인의 ‘첫사랑’이란 시에 나오는 이 구절처럼, 평소에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은혜와 사랑의 고마움을 잊고 살았던 것입니다.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전혀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며 우리가 매일 눈을 뜨고 숨을 쉬는 것부터가 하나님이 행하시는 기적이고 하나님이 베푸시는 은총임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제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어떤 역경에 처했을 때나 형통할 때나 하나님은 항상 변함없이 저를 바라보시며 늘 제 곁에 계셨습니다. 소위 말하는 모태신자라고 하지만 부모님께 등 떠밀려 교회를 나오고 부모님 손에 이끌려서 봉사하며 신앙생활을 하던 저였습니다. 어릴 적에는 교회에 가라고 강권하는 어머니에게 반감을 가지고 반항도 했었습니다. 한창 사춘기를 겪던 중학생 시절에, 제가 교회 수련회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하자 어머니는 저 대신 짐을 싸고 저를 택시에 태워 교회 앞까지 데려다 주셨습니다. 그리고는 먼발치에서 손 흔들며 버스가 출발할 때까지 지켜보셨습니다.



그때는 그런 어머니가 극성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밉고 싫었지만 그러나 지금은 그런 어머니의 기도와 보살핌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거칠고 모난 돌이 깎여지고 다듬어지듯 어머니의 기도와 하나님의 은혜로 그동안 조금씩 저의 모습이 다듬어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자주 들려주셨던 성경말씀과 찬송가의 가사들이 제가 삶에 지치고 힘들어할 때마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 신앙생활이 안일해지고 나태해지는 때마다 옆에서 어머니가 그런 저를 바르게 일으켜 세워주십니다. 하나님께 더 기도하라고, 성경구절을 암송해보라고, 하나님께 찬송하라고, 교회에서 봉사하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이제 저도 천천히 그런 어머니를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 제가 이렇게 열심히 기도하는데 왜 안 들어주세요?” 예전의 저는 내 뜻대로 일이 잘 안 풀리면 세상을 탓하고 쉽게 하나님을 원망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사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해달라고, 인생에 다가오는 풍파를 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면, 이제는 저의 기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가 감당할만한 시험만을 허락하신다고 믿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고난이 다가올지라도 하나님을 의지하여 그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인내심과 믿음에서 오는 용기와 지혜와 힘을 갖게 해주시기를,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권능을 간증하는 기회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저는 주님께서 맡겨 주신 아이 셋을 키우면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자녀를 낳아서 길러 주신 부모님의 수고와 희생의 헌신, 변함이 없는 사랑에 대하여 직접 아이를 낳고 양육하면서 알게 되고 감사의 마음이 커지게 되듯이 자녀 된 우리 성도들을 위한 예수님의 대속하신 은혜와 하나님 아버지의 끝 모를 사랑에 감동하고 감격합니다.



여전히 저는 종종 말 안 듣고 속 썩이는 자녀이지만 그런 저를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변함없이 기다려 주시고 또 사랑해 주십니다. 넘어지려고 할 때는 즉시 권능의 손을 내밀어 꼭 붙들어 주십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또 어떠한 종류의 인생 풍파를 만나게 될지 알지 못하지만 하나님께서 합력하여 선이 되도록 역사해 주시고 결국에는 저에게 유익한 것이 되게 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사람이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자는 여호와시니라”(잠언 16:9) 아멘!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2024년 이 새해에는 송구영신예배에서 당회장 목사님께서 주신 말씀을 힘써 준행하며 살겠습니다. 더욱 하나님을 경외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존중히 여기며 살아갈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그리하여 하나님께 존중히 여김을 받으며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모든 은총을 누리게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