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2024.10.27] 사랑하는 할머니의 병환 중에 저는 더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며 깊이 의지하게 되었습니다.2024-10-2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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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할머니의 병환 중에 저는 더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며 깊이 의지하게 되었습니다.”

 

이 승 찬




▶저는 교회에서 초등부 교사로 봉사하고 있는 청년 성도입니다. 저는 일찍이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습니다. 맞벌이를 하시느라 바쁘신 부모님 대신 할머니의 돌봄을 많이 받으며 자라서 할머니와의 정이 남달리 크고 깊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저희 가족이 하나님께 예배하고 기도하며 신앙생활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셨습니다. 어머니와 삼촌은 물론이고 저까지 빠지지 않고 교회에 가서 열심히 예배를 드리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며 매우 기뻐하셨습니다. 제가 아주 어렸을 때 할머니를 따라 부르던 찬송가는 지금도 제가 무척 즐거운 마음으로 자주 부르는 찬송가가 되었습니다. 그러한 할머니의 보살핌속에 저는 어려서부터 성가대원으로 교회에서 봉사하면서 매사에 성실한 아이로 자랐습니다.




그처럼 제가 많이 의지하며 저의 정신적 지주이셨던 할머니가 올해 초에 몸이 편찮아 지셔서 즐겁게 행하시던 구역 심방을 하지 못하고 교회에 가는 것을 힘들어 하셨습니다. 허리 통증이 심하여 장시간 자리에 앉아있질 못하셨습니다. 그러다가 3월 20일에 뇌출혈로 그만 자리에 쓰러지셨습니다. 다행히 동생과 가족이 빠르게 대처하여 병원 응급실로 이송이 되셨습니다.




당시에 저는 수원에 내려가 학교 수업을 듣던 중이었는데, ‘할머니께서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전철을 타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전철 안 좌석에 앉아서 ‘제발 할머니가 무사하게 해달라고, 할머니를 살려달라’고 울면서 하나님께 기도하였습니다. 혹시라도 할머니를 다시 보지 못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감에 사로잡혀서 다른 승객들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후 마음이 조금 진정되자 할머니를 빨리 병원을 옮길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할머니가 쓰러지시고 얼마 후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저는 안도하며 다시 한번 하나님께 감사하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그 몇 시간 후에 우려했던 것처럼 수술한 부위가 터져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다행스럽게 재수술은 잘 되었지만 병원에서는 할머니의 연세가 많아 또다시 출혈이 발생하면 이제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이 상황에서 저희 가족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밖에 달리 없었기에 함께 할머니의 회복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였습니다. “믿음의 기도는 병든 자를 구원하리니 주께서 저를 일으키시리라.”(야고보서 5:15) “나는 너희를 치료하는 여호와임이니라.”(출애굽기 15:26) 하나님의 신유의 은혜에 관한 성경 구절들을 암송하며 기도하였습니다. 이러한 성경말씀은 제가 아플 때 할머니께서 기도하면서 해주신 말씀이어서 기도할 때 더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토요일 아침에 다시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안타깝게도 또 출혈이 발생하였고 이대로 가면 사흘 내로 임종하실 테니 마지막으로 할머니의 얼굴을 보러 오라는 충격적인 소식이었습니다. 집안 분위기가 말할 수 없이 침울했고 저는 참담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할머니의 사랑에 보답해 드리지 못한 것을 후회하면서 할머니께 한 번만이라도 더 좋은 말씀을 해드릴 수 있다면, 한 번만 더 할머니와 같이 다닐 수 있다면, 한 번만 더 할머니와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다면 하는 심정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면회를 마치고 교회에 가서 토요청년모임에 참석하여 맨 뒷자리에 앉아 하나님께 기도하였습니다. 아니, 기도라기보다는 주님을 원망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제발 아주 작은 기적이라도 좋으니 밝고 환한 할머니의 얼굴을 한 번만 더 보여달라며 어린아이처럼 주님께 투정을 부리며 떼를 썼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힘없이 성전에 앉아 있던 저에게 한 청년 선생님이 본인의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할머니께서도 너의 이런 모습을 원치 않으실 거라고, 절대 낙망하지 말고 기도하라며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그때는 그가 마치 성경에 나오는 ‘욥의 친구들’처럼 여겨졌지만,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진정으로 위로하고 힘을 더해주는 말이었음을 알게 되어 매우 고마웠습니다.




저는 “너희가 말세에 나타내기로 예비하신 구원을 얻기 위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능력으로 보호하심을 입었나니 그러므로 너희가 이제 여러 가지 시험을 인하여 잠간 근심하게 되지 않을 수 없었으나 오히려 크게 기뻐하도다”(베드로전서 1:5,6)라는 말씀을 가슴에 품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하나님을 앙망하며 기도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초등부 선생님들과 제가 구역장으로 섬기는 갈렙구역의 청년을 비롯한 여러 성전의 많은 청년들, 아버지가 봉사하고 계신 실로암성가대의 대원들, 목사님과 전도사님과 구역과 교구의 성도님들…. 교회에서 많은 분들이 힘써 기도해 주셨습니다.




할머니가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할머니의 수술이 잘 되고 후유증 없이 빨리 완쾌되시도록 기도하였고, 상태가 악화된 후에는 후유증이 있어도 괜찮으니 할머니를 살려만 달라고 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임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는 “주신 분도 하나님이시요, 취하시는 분도 하나님이신 줄 압니다. 하지만 생명의 주관자이시고 저의 믿음과 소망이 되시는 하나님께 간구하오니 제가 잠 자는 동안만은 할머니를 데려가지 마옵소서. 할머니가 숨을 거두실 때는 꼭 제가 할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을 허락하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하였습니다.




그렇게 주일이 지나고, 월요일이 지났습니다. 3일 동안 합쳐서 5시간도 못 잤을 정도로 저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런 후 화요일 아침에 다시 병원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기적처럼 할머니에게서 출혈이 멈췄다는 기쁘고 감사한 소식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장례식장을 알아볼 정도로 할머니와 세상에서 이별하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된 상황이었는데, 하나님께서 저희의 기도를 들으시고 역사하여 주셨습니다. 소식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저는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기도하였습니다. “나의 주 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 처음 겪는 큰 고통과 슬픔에 처하여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저는 잠시 주님을 원망했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믿음이 부족하고 연약한 저에게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신 시간, 할머니에게 못다한 사랑과 효도의 시간으로 값지게 쓰겠습니다.”




할머니는 지금 안산에 있는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아직 말을 못 하시고 의식도 거의 없으시지만 잘 견디고 계십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그동안 50년 넘게 교회를 나오시지 않고 교회를 싫어했던 할아버지께서 이제 매주 교회에 나오셔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고 계십니다. 할렐루야! 저희 가족은 한마음 한 뜻으로 할머니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간호하면서 전보다 더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사랑과 소망이 충만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할머니가 어쩌면 이대로 병상에 계시다가 주님을 뵈러 천국에 가실지, 또 하나님의 은혜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 할머니가 제 손을 붙잡고 교회에 나가 저와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을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저는 이제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릴 것입니다. “사람의 걸음은 여호와께로서 말미암나니 사람이 어찌 자기의 길을 알 수 있으랴.”(잠언 20:24) 저는 할머니의 병환을 통해서 저의 힘과 능력이 얼마나 미천한지를 깊이 깨닫고 하나님 앞에 더 가까이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저의 살아온 짧은 인생 중에 처음 겪게 된 이 슬픔과 아픔을 잘 극복하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시고 할머니와 저희 가족을 사랑해 주시는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와 찬송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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